“어떻게 된 거야, 이거?”
“어떻게 되긴? 내 공병문고야. 읽어봤으니까 알잖아, 췌장 병을 선고받고 일기처럼 쓰고 있다는 거.”
“농담이지?”
그녀는 병원 안인데도 거리낌 없이 우와하핫 하고 웃었다.
“내가 그렇게 악취미로 보여? 그런 건 블랙조크도 안 돼. 거기 쓴 거, 다 사실이야. 내 췌장이 망가져서 이제 얼마 뒤에 죽는다네요, 네.”
“아, 그래?”
“헉, 겨우 그거뿐? 뭔가 좀 다른 말, 없어?”
그녀는 천만뜻밖이라는 듯 목소리가 거칠어졌다.
“클래스메이트에게서 이제 곧 죽는다는 말을 들으면 뭐라고 대답해야...
더보기 “어떻게 된 거야, 이거?”
“어떻게 되긴? 내 공병문고야. 읽어봤으니까 알잖아, 췌장 병을 선고받고 일기처럼 쓰고 있다는 거.”
“농담이지?”
그녀는 병원 안인데도 거리낌 없이 우와하핫 하고 웃었다.
“내가 그렇게 악취미로 보여? 그런 건 블랙조크도 안 돼. 거기 쓴 거, 다 사실이야. 내 췌장이 망가져서 이제 얼마 뒤에 죽는다네요, 네.”
“아, 그래?”
“헉, 겨우 그거뿐? 뭔가 좀 다른 말, 없어?”
그녀는 천만뜻밖이라는 듯 목소리가 거칠어졌다.
“클래스메이트에게서 이제 곧 죽는다는 말을 들으면 뭐라고 대답해야 하지?”
“……흠, 나라면 할 말을 잃을 것 같네.”
“그렇지. 내가 침묵하지 않은 것만으로도 높이 평가해주기를 바란다.”
그녀는 “하긴 그렇다”라고 말하면서 킥킥 웃었다. 그녀가 뭘 우스워하는지는 알 수 없었다.
_ 분문 29쪽
“나는 화장(火葬)은 싫어.”
나름대로 즐겁게 숯불고기를 먹고 있는데 그녀가 명백히 자리에 어울리지 않는 화제를 꺼냈다.
“뭐라고?”
잘못 들었을 가능성도 있어서 일단 확인했더니 그녀는 재미있다는 얼굴로 되풀이했다.
“화장은 싫다니까. 죽은 뒤에 불에 구워지는 건 좀 그렇잖아?”
“그게 고기 구우면서 할 얘기야?”
“이 세상에서 진짜로 없어져버리는 것 같아. 다들 먹어준다거나 하는 건 좀 어렵겠지?”
“고기 먹으면서 사체 처리 얘기는 하지 말자.”
“췌장은 네가 먹어도 좋아.”
“내 얘기 듣고 있어?”
_ 분문 37쪽
“글쎄? 무슨 말을 하려는지 모르는 건 아니지만, 이를테면 비밀을 알고 있는 클래스메이트도 죽기 전에 꼭 하고 싶은 일이 있어?”
“……없지는 않다, 라고 할까.”
“근데 지금 그걸 안 하고 있잖아. 너나 나나 어쩌면 내일 죽을지도 모르는데 말이야. 그런 의미에서는 너나 나나 다를 거 없어, 아마도. 하루의 가치는 전부 똑같은 거라서 무엇을 했느냐의 차이 같은 걸로 나의 오늘의 가치는 바뀌지 않아. 나는 오늘, 즐거웠어.”
_ 분문 20쪽
“아니, 우연이 아냐. 우리는 모두 스스로 선택해서 여기까지 온 거야. 너와 내가 같은 반인 것도, 그날 병원에 있었던 것도, 우연이 아니야. 그렇다고 운명 같은 것도 아니야. 네가 여태껏 해온 선택과 내가 여태껏 해온 선택이 우리를 만나게 했어. 우리는 각자 자신의 의지에 따라 만난 거야.”
_ 분문 196쪽
“산다는 것은…….”
“…….”
“아마도 나 아닌 누군가와 서로 마음을 통하게 하는 것. 그걸 가리켜 산다는 것이라고 하는 거야.”
_ 분문 22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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